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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그대로 의석배분하라(한겨레21-정치개혁 공동행동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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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그대로 의석배분하라

범국민운동 시작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인터뷰… 정치 개혁 위해선 다당 체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필요



지난해 말 전국을 수놓은 촛불집회를 통해 정권을 교체하고 새 대통령이 들어섰지만 정치 개혁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시민들은 이제 ‘정권 교체’를 넘어 ‘정치 교체’가 필요하다고 외친다. 8월 2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겨레21>과 마주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바로 지금이 ‘정치 교체’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을 실행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 공동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개혁을 실행하려면 다당 체제의 정치 구도를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30~40% 득표율로 과반 의석를 차지하는 현형 선거제도를 ‘민심 그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선 기간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움직이지 않는 정치권에 대한 주권자인 시민의 압박이다. 지난 6월8일 발족한 ‘정치개혁 공동행동’이 바로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선거제도 개혁은 협치의 실마리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동안 많은 정책이 쏟아져나왔다. 이를 실행하려면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 문제는 국회 의석 구조가 문 대통령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여소야대라는 점이다.

현재 국회 의석은 여소야대이면서 다당 구도다. 일각에선 (현재의 다당 구도를) 양당 구도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건 (개혁 방향이) 아니다. 대통령이 해야 할 것은 현재의 다당 구도 아래서 어떻게 개혁을 실현해나갈지다. 재벌·검찰 개혁을 하려면 현재 다당 체제의 정치 구도를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 스스로 약속한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협치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현재의 제도로는 생존이 어렵다. 이들과의 협치 실마리는 (이들이 존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기존 선거제도, 정치 혼란의 주 원인

아직 한국에서 낯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 제도가 왜 필요한가.

한국 국회의원 선거의 가장 큰 문제는 (1등만 당선되고 나머지는 사표가 되는) 승자독식 체제라는 것이다. 지금 같은 소선거구제는 표심을 왜곡한다. 국회의원, 지방의원 대부분을 승자독식으로 뽑는다. 지지율이 30~40%밖에 되지 않아도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다. 이런 선거제도는 정책을 토론하고 서로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정치가 아니라 (상대를 죽이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정치를 하게 만든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승자독식을 하지말자는 거다. ‘민심 그대로 의석 배분’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사표가 없어져 표심이 정확히 반영되면 자연스럽게 정당이 여성·소수자 등을 많이 공천하기 때문에 계층별 대표성이 높아진다. 유럽 복지국가들은 대부분 비례대표제다. 스웨덴, 핀란드의 복지가 부러우면 선거제도를 배워야 한다. 표심을 왜곡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의 대표성을 지닐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하필 왜 지금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하나.

1987년 6월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만 쟁취하고) 선거제도 개혁 등 정치 시스템을 바꾸지 않은 게 지난 30년간 이어진 정치 혼란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지난 촛불집회 과정에서 (정권 교체를 넘어) 정치 교체를 할 방안이 뭘지 생각했다. 해답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 그동안 주장해왔지만 이루지 못한 정치 개혁 과제를 이번엔 꼭 해내야 한다. (한국 사회의 진정한 개혁을 위해선) 대통령이 바뀌는 걸로는 부족하다. 이런 생각으로 지난 1월부터 범국민운동을 시작해 6월8일 전국 단위의 ‘정치개혁 공동행동’, 8월22일에는 ‘정치개혁 청년행동’을 발족했다. 예전에는 (이런 운동을) 전문가들이 했다면 지금은 ‘풀뿌리’ 시민들이 직접 나서 하고 있다.

그동안 시민들은 속아왔다. “투표하세요”라고만 했지 내 표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설명은 없었다. 그러나 표심이 왜곡돼왔다는건 설명하면 알 수 있다. 달라진 점은 이제 시민이 움직인다는 거다. 평범한 시민들이 변화의 실마리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양대 노총 등 노동계, 시민단체, 촛불을 든 풀뿌리 시민들이 개인 차원에서 관심 갖고 참여한다. 계속 확산되면 선거제도를 바꾸는 범국민적 활동이 되지 않을까.

일각에선 여전히 여당이 다수당이 되어 개혁을 이끌고 나가기 원한다. 이들에게 왜 다당제여야 하는지 설명한다면.

첫째, 문재인 대통령은 100대 국정개혁 과제로 삼을 만큼 (선거제도 개혁에) 의지가 있는 최초의 대통령이다. 이에 대해 정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발언한 첫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지금의 선거제도로는 정상적 의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개혁적 정치인들도 다 안다. 현 선거제도에선 어떤 때는 A당, 어떤 때는 B당이 유리할 수있다. 지금은 문 대통령이 인기가 좋지만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른다. 선거제도는 시기적으로 유불리를 따져 결정할 게 아니다.

둘째, 지난 9년 동안 한국 사회는 적폐를 많이 겪어왔다. (의석구도가 한쪽으로 치우쳐) 정치가 다시 퇴행하는 등의 널뛰기를 막고 안정적으로 사회를 발전시키려면 표심이 그대로 나타나는 선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 집권 초기에 개혁을 꼭 이뤄야 한다는 절박성을 꼽고 싶다. 현재 의석 구도인 다당 구조를 인정하고 개혁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려면 야당과 협치가 필요하다. 야당과 개별적 과제를 가지고 협력하는 건 한계가 있다. 정치적으로 큰 방향을 갖고 개별 과제에 접근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라도 선거제도를 개편해 야당을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 다른 개혁 과제를 가지고 협력해나가야 한다.

이렇게 좋은 제도인데 그동안 왜 도입 못했을까.

기득권당이 반대하면 안 되는 거다. 2016년 총선 전까지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수를 차지했다. 그들은 당연히 반대했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결정했지만 추진하지 못했다. 두 번째 이유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민들이 잘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나 정치 교육을 한다면 가장 먼저 선거제도를 가르쳐야 하는데, 주권자들은 한 번도 선거제도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지금 가장 큰 과제는 주권자인 시민이 더 좋은 선거제도를 알고 이를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이다.

10월 촛불 1주년 ‘정치개혁 박람회’ 마련

앞으로 활동 계획은.

9월에 시민강사단이 지역별로 찾아간다. 온라인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에게 우리의 주장을 이해시킬 것이다. 우리가 토론하고 합의한 요구안을 국회에 전달하는 등 릴레이 청원도 계획하고 있다. 10월은 촛불 1주년이다. 국회에서 시민들과 함께 정치 개혁을 논의하는 대규모 ‘정치개혁 박람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장소는 국회 안 잔디마당을 개방하라고 국회에 요구할 생각이다. 담장 안에 갇힌 국회가 아니라 시민에게 열린 국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진행·정리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윤수현 교육연수생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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