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야 말 좀 들어!-②] '촛불'이 특정 정당 반대? 문제는 선거법이다

정치개혁공동행동 조회 30

정치야 말 좀 들어!

'촛불'이 특정 정당 반대? 문제는 선거법이다
[정치야 말 좀 들어!-②] 독소조항 폐지, 국회 정치개혁특위 개정안 통과 시켜야

17.09.22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전국 440여개 노동,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촛불민심을 반영한 정치개혁을 위해 공동기획을 시작합니다. 부패와 정경유착, 국정농단과 같은 사태는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됩니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가능합니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범국민 캠페인 등 시민의 힘으로 정치개혁을 이루고자합니다. 공동기획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박근혜 즉각퇴진 및 조기탄핵 제13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21일 오후 광화문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이 국정농단 및 정경유착 관계자들 처벌을 촉구하며 종로와 을지로 부근 SK, 롯데, 삼성 건물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귀 단체는 2017. 4. 29(토) 19:00 광화문 광장에서 유력 대선 후보들의 촛불정신 후퇴, 박근혜 세력 후보들의 행태 비판 등을 주제로 '제23차 범국민행동의 날'을 개최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03조(각종 집회 등의 제한)에 의하면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집회를 개최할 수 없습니다.'

지난 4월, 촛불집회를 위축시킨 결정적 문구다. 어느 날, '박근혜정권 퇴진비상국민행동'에 한 통의 우편물이 날아왔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온 촛불집회 안내문이었다. 각종 발언과 피켓, 현수막이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지난겨울 서울 광화문 광장을 뜨겁게 달군 촛불은 23차를 마지막으로 꺼졌다.   

자유 위축시키는 선거법

누구나 이런 공문을 받으면 위축된다. 집회에 참여해 자유 발언한 시민이, 깃발을 든 유권자가, 피켓을 든 청소년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촛불로 대표되는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선거법 규제를 만나 갑자기 수그러든 이유다.

선거법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탄핵 촛불은 박근혜 정권과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물었다. 여기저기서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곳곳에서 발랄한 피켓이 등장하고 온라인에서도 촌철살인 패러디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선거법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촛불이 만든 대선, 미래를 위해 꼭 투표합시다." 

지난 대선에 내걸렸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폐기된 현수막이다.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촛불'이란 단어가 특정 정당을 반대한다며, 투표 독려를 위해 주권자전국회의가 내건 현수막을 문제 삼았다.  

청소년들이 만든 유인물도 마찬가지다. 촛불집회에서 청소년인권단체 인권친화적학교+너머운동본부가 준비한 후보자별 청소년 인권 정책비교 유인물이 '대선후보자들의 사진과 이름'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배포가 중단됐다.

이게 다가 아니다. 환수복지당 당원들은 경찰에 연행됐다. 후보자의 사진을 사용해 "사드가고 평화오라?"란 풍자 포스터를 부착한 게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거다.

선거법 독소조항 90조와 93조에는 선거 180일 전부터 각종 현수막과 인쇄물, 도화, 상영물 등에 정당의 명칭과 후보자 이름, 사진을 게시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촛불집회 불허통지서에도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외에도 선거법 독소조항에는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 비교 평가를 금지하는 조항, 서명과 집회 등 유권자들이 정책에 대해 호소할 수 있는 방안들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서구 유럽 등은 다르다. 흔히 '정치 선진국'이라 불리는 곳에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선거운동 방법을 규제하지 않는다. 총선거 비용만 통제할 뿐이다. 그래서 이들 나라에선 후보자, 정당, 정책에 대한 지지와 반대 의사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평가도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호주나 스웨덴, 스위스는 아예 선거법에 선거운동에 관한 규정이 없다.

선거법 개혁, 정치 적폐청산 첫걸음

▲ 지난 20일 국회 앞에서 정치개혁 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표심을 왜곡하는 지방성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 장소화


선거 시즌은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활발해야 할 시기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거법은 시민들의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 1958년 이승만 정권에서 만들어진 구시대적 선거법이 2017년 민주시민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거다. 참여정치로 새로운 시대를 연 시민들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거다. 

선거법을 개혁해야 한다. 시민들의 요구만은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유권자의 알 권리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위해 선거법 90조와 93조 폐지 등의 의견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지난 2016년 시민단체와 정치학회가 제출한 선거법 개정 청원안도 국회에 상정된 상태다. 선거법에 가로막힌 구태정치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사회 곳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거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선거제도 개편에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지난 1일 정치개혁특위 2차 전체회의에서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선거운동 규제를 푸는 것은 정치적인 이념이나 집단 간의 갈등을 이야기한다"며 유권자의 권리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회가 제대로 된 정치개혁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다.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현재 릴레이 청원과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서명운동에 동참해주길 바란다(아래 박스 참고). 선거법이 개혁되면, 청와대 앞에서, 국회에서, 거리에서, 광장에서 이런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위 시위를 할 수 있다.

"나는 비리의혹 있는 OOO 후보자를 반대합니다."
"OOO 정당의 주거 정책 공약을 지지합니다."

시민의 힘으로 유권자 선거의 자유를 보장하면, 내년 지방선거의 풍경이 달라질 것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있다. 시민들 스스로 평가하고 정책을 요구하는 활동도 많아질 거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지금이 바로,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의 규칙을 바꿀 좋은 시기다. 정치가 바뀌어야 세상이 변한다. 선거법을 개혁해야 정치도 혁신할 수 있다. 선거법 개혁은 정치 적폐청산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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